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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12.28 미녀는 괴로워? 비주류는 괴로워!

미녀는 괴로워? 비주류는 괴로워!

Posted 2006. 12. 28. 01:30, Filed under: 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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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는 과연 괴로웠을까.



(스포일러가 있으니 나중에라도 영화를 보실 분은 읽지 마시길)

김아중의 뚱보 연기로 화제가 된 이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뚱뚱하고 못생긴 주인공 '강한나'는 전신성형을 해 날씬한 미모의 '제니'로 다시 태어난다. 그녀는 가수가 되겠다는 꿈과 오랜 사랑을 이루기 위해 친구도 버리고 치매에 시달리는 아버지도 모른척한다. 때문에 그녀는 한참을 괴로워하다 결국 가면을 벗어던지고 자신의 과거를 대중앞에서 고백하는 결단으로, 다시 '강한나'로서의 삶을 살게 된다. 영화는 결국 해피엔딩처럼 극을 은근슬쩍 마무리하고 엔딩 크레딧을 올린다.

그러나 이것은 '절대' 해피엔딩이 아니다. 영화는 양심고백으로 인해 '제니'는 망했어도, '강한나'로서는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자신이 못생기고 뚱뚱했던 과거를 밝혔다고 해서 그녀가 다시 예전의 강한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현재의 그녀의 모습은 결국 '제니'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과거를 고백했다고 해도 현실 사회에서는 외모의 변화로 인해 사람들 간의 '관계맺기'의 변화가 같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더구나 외모가 급격하게 변한 경우라면 사람들간의 관계맺기에 있어서도 급속한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따라서 전신성형 후의 강한나는 그녀 본인이 "난 예전의 마음과 똑같다"라고 주장하더라도 예전과는 절대 같을 수 없는 것이다.

만약 강한나가 전신성형으로 "예뻐지지 않았다면",

과연 자신의 이름으로 된 앨범을 발표할 수 있었을까?
수천 수만명 앞에서 노래할 수 있는 멋진 무대에 주인공으로 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을까?
과거의 모습과 전신성형을 고백했을 때 수많은 관객들이 "괜찮아"를 외쳐주었을 것인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사랑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인가?

영화에서는 그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싶을 지 몰라도, 현실 사회에서는 99% "아니다". 이 영화는 현실을 호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렇다고 해서 멋진 가상현실을 그려내고 있지도 않다. 미안하지만 이 영화의 주제는 "못생겨도 마음만 예쁘면 진심이 통할 수 있다"라는 것이 아니라 "예뻐져야 기회가 생기고 성공할 수 있다"이다.

영화의 결말 부분에, 그녀의 양심고백으로 그녀의 전신성형을 무상으로 집도한 성형외과 의사가 돈방석에 앉게 될 것을 암시(왜냐고? 강한나는 전혀 티가 안나게 수술이 너무 잘됐으니까!)하는 장면이 있다. 여기에서는 외모지상주의 사회에서 성형외과 의사나 돈을 벌고, 위험도가 높은 기업대출보다 주로 힘든 삶을 사는 서민들을 대상으로 한 가계대출로 돈벌이에 주력하는 금융권의 모습이 겹쳐진다. 심지어 이 영화는 부재하는 어머니와 무능력한 아버지를 그려 "부모덕조차 볼 수 없는" 유리 천장에 갇힌 젊은이의 모습을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기까지 하다. 강한나는 이 유리천장을 깨부쉈다기 보다는 외모의 쇄신으로 인해 '끌어올려졌을 뿐'이다.

못생기고 뚱뚱하던 강한나가 멋진 무대에서 노래할 수 있게 되었다고, 또 사랑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해서 통쾌함과 카타르시스를 느꼈다면 그건 현실을 은폐하는 영화적 '사기'일 뿐이다.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는 외모의 급격한 변화(어쩌면 계층이동으로 표상되는)로 인해 노동시장에서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높아지고 '지위'가 변동하는 것을 보며 대리만족을 하는 것이라면 또 모를까.

(2006.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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