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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12.28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중심을 뒤흔드는 변방의 반란(?)

얼마 전,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하 WBC)이 많은 관심속에 결국 일본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이 대회에서 한국은 4강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두었는데, 언론은 연일 찬사를 쏟아냈고 시민들은 마치 지난 2002년을 떠올리듯 야구에 열광했다.

나 또한 야구팬이기 때문에, 이번 대회에 '군인'라는 시공간적 제약에도 온 정신을 사로잡힐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어릴적 나의 우상과 같았던 구대성 선수의 활약을 볼 수 있었다는 사실에 누구보다 기뻤다. 그러나 누구나 야구 대표팀에 대한 칭찬과 찬사에만 열을 올릴 때 나는 그 반대로 뭔가 찜찜한 구석을 감출 수가 없었다.

WBC는 얼핏 생각하면, 야구를 대표하는 국제 기구인 국제야구연맹(IBAF)이 개최했을 것 같지만, 알고보면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MLB)에서 주최한 것이다. 굳이 야구월드컵이 아니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미 야구월드컵(전 세계야구선수권대회)은 국제야구연맹이 이미 34회까지 개최한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WBC는 그 탄생배경이 '국가대항전'을 벌인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월드컵축구에 밀려 식어가는 야구열기를 되살리고, 축구보다 참여하는 국가가 훨씬 적은 야구를 전세계적으로 흥행시키는 것에 그 주목적이 있다. 자, 이렇게 해서 뭘 어쩌겠다는 것인가? 전세계적으로 야구가 인기를 얻으면 좋은 것 아닌가? 물론 야구의 인기가 높아지면 야구팬으로서는 환영할 일이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WBC는 결국 메이저리그의 흥행을 염두에 둔 노림수이기 때문이다. 어째서?

가까운 예로 축구를 들 수 있다. 월드컵축구는 이제 어쩌면 올림픽보다 더 영향력이 큰 행사로 성장했다. 뿐만아니라 각국이 축구에 대한 투자에 힘쓰면서 각국은 전보다 전력이 평준화되었고, 제3세계에서도 좋은 선수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는 유럽의 빅리그들이 월등한 자본력으로 각국의 우수선수들을 독식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것도 유럽의 선수들을 영입하는 것 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게다가 월드컵축구가 흥행하면서 관중들은 '눈'이 높아져버렸다. 따라서 빅리그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의 축구리그는 피폐해지고 인기가 떨어진다.

월드컵 개최 이후 한국에서 아무리 정책적으로 축구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해도 막상 프로리그에 관중이 들지 않는 이유는 바로 스타플레이어가 '물건너' 가버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빅리그가 아닌 경우에는 리그 자체적으로 산업적으로 성공할 기회가 줄어들게 되고, 주변부 리그는 빅리그를 따라잡기 위해 축구 선진국에서 각종 인적, 물적, 제도적 자원을 수입한다. 축구와 그와 관련된 토대를 하나의 세계로 본다면, 그 세계의 중심으로 진입하기 위해 치열하게 몸부림치는 것이다. 그러나 유럽의 빅리그들은 자본력이나 인적구성면에서 월등히 앞서있기 때문에 그 차이를 따라잡는 것은 쉽지 않고, 그 차이는 '지속된다'. 공은 둥글지 않고, 누구나 축구공 앞에서 평등한 것도 아닌 것이다.

위의 두 문단에서 '축구'를 '야구'로, '유럽'을 '미국'으로만 바꾸면 그게 바로 여기서 전달하려는 내용이 된다. 사실 야구는 축구보다 훨씬 상업화하기 좋은 스포츠이다. 단적으로 광고 가용시간만 살펴봐도, 축구는 쉬는 시간이 1번 밖에 없지만 야구는 공수교대, 투수교체 등 광고를 넣을 수 있는 시간이 1경기에 대략 20회 정도씩 발생한다! 게다가 경기에 필요한 장비도 많기 때문에 '이것저것 팔아먹을 거리가' 많다.

WBC가 막을 내리고 한국 야구의 현주소에 대한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다. 특히 낙후된 기반시설을 혁신하기 위해 돔구장을 건설해야 한다느니 오히려 그 돈으로 깨끗한 야외 야구장 5개를 건설하는게 낫다느니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좋다. 쾌적한 환경에서 편안하게 야구를 즐기는 것은 야구팬의 꿈이니까.

그런데 한국에 없는 것은 돔구장만이 아니다. 선수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 현재 존재하는 것은 '선수노조'가 아니라 '한국프로야구선수협의회'라는 모호한 단체이다(물론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선수들도 살고 관중들도 즐거운' 제대로 된 야구를 보기 위해서는 물적 기반뿐만 아니라 제도적 장치도 갖추어져야 하는데 아직 갈 길이 멀다.

지난 한국팀의 선전은 헝그리 정신으로 일구어낸 야구 변방의 승리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거대한 상업주의 기획에 대한 패배일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분명히 염두에 두어야 한다.

(2006.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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