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으로 사는가

Posted 2006. 12. 31. 05:05, Filed under: 카테고리 없음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대학교라는 곳에 입학해서는,
대학에 잘 '적응'하는 것 자체가 나에게 큰 도전이 되었다.

달라진 시간 관념, 대학 강의, 반 활동이나 동아리 활동, '성인'으로 대접받게 되는 새로운 환경......

그러나 어느 정도 적응하고 나서는 내가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만 만족하게 되었다. 이를테면 술 적당히 마시고 시시껄렁한 농담이나 하면서 사람들 많이 만나고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책 좀 읽으면서 양식도 없는 주제에 개뿔 아는척만 하고 자기만족에 빠지고.

막상 지금까지는 '적응'의 문제에 있어서 이러한 것들이 비교적 '성공적'이었던데다 여기에 재미까지 느끼게 되니, 무언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보다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자꾸 승부하게 된다. 삶이나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자꾸 안주하게 된다는 것.

그러나 나에게 있어서 말하기의 '대상'이 달라졌을 뿐, 결국 했던 얘기를 반복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그릇 자체가 작은데 언제까지나 그거 하나만 붙잡고 만족하고 살 수도 없는 노릇이고, 평생 추억만 파먹고 살 수는 없는 것인데.

만약 내가 단지 적당히 술마시고 사람들 비위맞춰줄 수 있는 능력과, 실무에 적용가능한 '테크니컬한' 지식만 갖추어서 대학 문을 나선다면 나에게 있어서 그러한 부분들이 거세되었을 때 어떻게 될까? 예를들어 몸이 많이 안좋아져서 술을 마시게 될 수 없게 된다던지, 기술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내가 아는 것들이 전혀 쓸모가 없게 된다면지 하면 말이다.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이렇게 표류할 것이 분명하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매우 주체적인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기보다는 오히려 구체적인 삶의 맥락 속에서만 존재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인생에 있어서 '내공'이 중요한 것이겠지. 따라서 술자리가 만든 '나'의 허구적인 모습에만 의존해서는 안 될 것이며, 삶을 바라보는 지혜로서의 공부가 계속되어야 한다. 나는 지금도 어쩌면 매우 '타협적'인 공부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고민과 방황과 고뇌는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하는 것이 좋다. 아놀드 토인비는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연속"이라 했지만, 내 인생도 역시 도전과 응전의 연속임을 잊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

2006년의 마지막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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