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년(복학생 Edit)

Posted 2007. 8. 31. 03:39, Filed under: 카테고리 없음

지난 시간은 나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라고 하면 너무 번역체같아서 싫다. 그냥 내가 없이도 잘만 흐르던 시간은 내가 돌아온 이후에도 예전와 다를바 없이 잘 지나간 것이다. 그동안 나는 변했고 내 주변 사람들도 변했고, 우리를 둘러싼 환경도 변했을 뿐.

생각하는걸 쉬어 생각없이 살았을지언정, 학교는 쉬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덧 졸업이 성큼 다가와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이제 졸업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그러나 마음은 예전과 달리 이미 학교를 떠나 있는 것 같다. 왜일까, 단지 학교를 오래 다녀서일까? 단순히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반년 전, 야심차게 준비했던 학회 창설은 완전한 실패로 돌아가고, 이제 대학의 학생사회는 '전과 같지 않다'. 이것은 나의 대부분을 쏟아부어 각종 모임과 활동에 투자하던 대학 1, 2학년 시절을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느낌과 더불어 트라우마가 되었다.

대표적으로, 내 대학생활에 있어서 큰 의미를 가지는 '반'이라는 공간도 이제는 존재의미를 잃었다. 그쪽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작년만 해도 그렇지 않았던 내가 요즈음 그쪽에 참여하지 않고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 이유는 반이라는 공간의 역할과 역량에 대한 마지막 희망도 버렸기 때문이다. 뭐 내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꺼야 하는 까닭도 있지만, 이제 마지막 가능성에 대한 판단을 내리고 그에 대한 애정을 거둬들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제 더이상 대학은 학문과 지식의 전당이며, 젊음과 도전이 가득한 곳이 아니다. 이전에도 그랬겠지만, 그야말로 '스펙'을 쌓고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곳일 뿐이다. 대학생으로서 많은 고민과 경험을 해 본다고 하다가 자칫 자기 몫을 챙기지 못하면 바보 취급만 받을 뿐이다.

흔히 "대학 초년생때만 할 수 있는 경험이 있다"라며, 공부나 스펙에 도움이 되는 '자기계발'에 소홀한 것을 합리화하는 것은 궤변일 수 있다. 요즘처럼 학사제도도 빡빡해지고, 취직하기도 힘든 판에 자기 커리어를 누가 책임져 줄 것이란 말인가. 오히려 1학년때부터 착실히 학점관리하고 영어공부 하고, 외국 다녀와서 인턴 경험 하고 취직하는 친구들이 현명한 것이겠지.

생각해보면 우리는 대학생활 동안 자기만의 인생계획과 관점을 세울 여유를 가지지 못한다. 장기 계획은 커녕 우리는 학점의 소수점 둘째 자리에 목매고, 영어점수에 매달리고, 가만 있으면 불안하니 자격증이라도 따려 하고, 꼭 무언가를 계속 해야할 것 같은 강박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세상은 '학점이 좋고, 토익점수가 높고, 사회경험이 많은' 인재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저런 '강박'을 가진 인재를 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잠시 멈추어 자신을 뒤돌아보며 무엇이 옳고 어떤 것이 부조리한지 생각하기보다는, 이유도 모른 채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여 '성과'를 낼 수 있는 그런 인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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